목표하는 순간 더 멀어지는 것들
산다는 것은 곧 해결해야 할 일, 즉 과제들의 연속이고 과제란 곧 스트레스 반응의 다른 말이므로 산다는 것은 곧 스트레스인가 싶을 때가 있다. 날이 더워지면 몸도 지치고 작은 일에도 금새 짜증을 내는 등 스트레스 거리가 증폭되므로, 특히 요즘같이 덥고 눅눅한 날이 지속될 때면 스트레스 관리의 필요성을 느낀다.
그런 의미에서 우선 하루 10분 씩 꼬박꼬박 명상을 하기로 했다. 스트레스나 짜증 제로 같은 목표는 비현실적이므로 일단 스트레스 관리를 하지 않을 때 내가 보이는 스트레스 반응이 8이라면 5-6 정도로 반응하는 정도가 되고 싶다. 달리 말하면 사소하고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일들보다 심장 박동과 긴장 수준, 스트레스 호르몬을 높여가며 반응할 가치가 있는 중대한 일들에만 선택적으로 반응하고자 한다.
우선 마음이 일 할 필요가 없을 때에는 가급적 마음을 쉬어 주기 위해 틈틈히 생각을 멈춰준다. 책상에서 잠깐 짬을 내서, 아니면 혼자 산책할 기회가 있을 때, 또는 이동 중일 때 잠깐 눈을 감고 5초 간 숨을 들이 쉬고 다시 5초 간 숨을 내쉰다. 이 때 내 몸 구석구석에 쓸데없이 바짝 힘이 들어가 있는 부분이 없는지 살핀다. 우선 미간과 턱, 목, 어깨를 살펴본다. 많은 경우 쓸데없이 미간에 힘이 바짝 들어있는 것을 발견하곤 한다. 눈썹 주름을 펴고 다음으로 꽉 다물고 있던 턱에 힘을 빼 보고 목, 어깨에 들어가 있던 힘도 조금 풀어보는 등 몸이 편안하다고 느껴질 때까지 위의 과정을 반복한다. 명상이라고 하기엔 작은 실천이지만, 사실 명상이라는 것이 원래 생각보다 별 거 아니기도 하다.
물론 항상 계획했던 것처럼 잘 되는 것은 아니다. 힘을 빼려던 찰나 “그런데 오늘 정말 덥다”, “아니 근데 아까 그 사람말이야“, "이따가 이 일 저 일 해야 하는데”라는 생각들이 불쑥 치고 들어오고 다시 미간과 턱에 힘이 팍 들어가는 경험들을 여러번 하게 된다. 이런 경험을 여러번 하게 되어 있다. 원래 하는 일이 (많은 경우 쓸데 없는) 생각인 자아의 특성 상 자아가 없는 동물이라면 모를까 불필요한 생각이 계속 치고 들어오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다.
진짜 난관은 이 다음부터다. 불필요한 생각이 치고 들어오는 것 까지는 괜찮은데 여기에 대한 반응이 사람마다 다르다. 자아가 또 말이 많다며 으쓱 해 보이고는 심호흡이나 한 번 더 해보자고 하고 지나갈 수도 있지만 긴장을 푸는 데 실패했다는 사실에 다시 긴장하게 되는 사람들도 있다. 특히 평소 의지력이 강하고 자기통제력이 강하며 의식적으로 목표와 계획 세우기를 좋아하는 편일수록, ‘또 마음을 비우는 데 실패했다’며 릴렉스하지 못하는 자신에 대해 좌절감을 크게 느낄 가능성이 있다. 즉 마음의 평화를 위해서 의식적으로 노력할수록 마음의 평화와 크게 멀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학자들에 따르면 의지력과 자기통제력을 잘 발휘하는 데에는 구체적인 목표와 계획 설정, 목표 달성 수준에 대한 끊임 없는 평가와 피드백이 필수적이다. 자기통제의 피드백 루프(feedback loop)라고도 불리는 과정으로, 우선 자신의 현 상태와 목표 지점 간의 거리를 끊임없이 비교해 보면서 거리가 가까워지고 있는지를 지속적으로 평가한다. 가까워지고 있다면 좋지만 멀어지고 있다면 ‘뭔가 잘못되어가고 있음’을 느끼고 행동을 계속해서 수정하는 과정이다. 흔히 이런 과정을 반복해서 최적의 길을 찾아내고 목표달성률을 높인다는 이론이다.
일반적인 목표들, 예컨대 1만 보 걷기, 일을 어디까지 끝내기, 몇 시까지 어디로 가기처럼 목표 지점과 나의 위치가 비교적 구체적이고 단순화가 용이한 경우 이와 같은 접근법이 도움이 된다. 목표 위치와 나의 위치를 일직선 또는 평면 상에 정확히 표시할 수 있다면, 2차원 지도 같은 간단한 도구로도 얼마든지 적정 속도와 남아 있는 거리 계산을 정확하게 해낼 수 있는 법이다.
하지만 마음의 평화 얻기는 과제의 성격이 조금 다르다. 목표 달성 상태도 지금 나의 상태도 점 하나로 표현하는 데는 조금 무리가 있다. 가는 길 또한 직선이기보다 최소한 구불구불하거나 선으로 그릴 수 없는 차원에 있어서 간단하게 거리를 측정하지 못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눈 앞에 보이는 지표들 하나하나에 비춰 목표 달성 상태를 평가하는 것이 부정확한 정보를 줘서 나아가는데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심지어 방해가 될 수 있다. 마음의 평화 얻기에 있어서는 평소 일하던 것처럼 의지력과 자기통제력에 힘 입어 평가와 불안, 노력으로 밀어붙이는 것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심리학자 마크 리어리에 따르면 릴렉스 하기, 마음의 평화 갖기 등은 '의식적인 목표로 삼는 순간 멀어질 수 밖에 없는 종류의 것들이기도 하다. 리어리는 저서 《나는 왜 내가 힘들까》에서 일반적으로 마음이 평화롭지 못한 가장 큰 원인은 자아가 지나치게 일을 많이 하고 심하게 떠드는 것(잡 생각을 너무 많이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 때 의식적으로 마음의 평화를 갖겠다고 하는 것은 곧 문제의 원흉(자아)을 활성화 시켜서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것과 같다. 애초에 자아 때문에 마음의 평화가 없는데 마음의 평화를 얻는 일에도 굳이 자아를 개입시키면 찾아오려던 마음의 평화도 달아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리하면, 쉬는 데 있어서도 '나 지금 잘 쉬고 있나' '잘 릴렉스 하고 있나'하고 끊임없이 자문, 자아 성찰, 자기 평가를 하는 순간 생각이 많아지고 부정적 정서가 늘어나서 마음의 평화와 멀어지고, 또 목표로부터 멀어지고 말았다는 피드백에 의한 불안과 좌절감 증가로 다시 또 평화와 멀어진다는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모든 것을 의식적인 목표로 삼을 필요는 없다. 목표로 삼는다고 해도 그 성취방법은 다양하며 일률적인 평가 방법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특히 마음의 평화, 행복 같이 보이지 않고 쌓아둘 수 없으며 인위적인 생각이 개입하는 순간 흩어지고 마는 성질의 것들에 대해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마치 잡았다고 생각하고 손을 꽉 쥐는 순간 빠져나가지만 손바닥을 펴면 느낄 수 있는 물이나 수증기처럼 마음은 애초에 잡히지 않는 법이다. 어차피 우리는 아무도 절대적이고 고정적인 마음의 평화 획득 방법 같은 것에 대해 알지 못하므로 이에 대한 평가 내용에도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 가능한 한 마음의 평화를 얻고 싶고, 지금 조금이나마 심호흡을 하며 그렇게 하고 있다는 정도의 인식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