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다루는 의사가… “1000명씩 죽어 나갔으면 좋겠다” 막말
‘추석 연휴 휴진 기간에 응급의료센터는 정상 진료한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11일 서울 동작구 한 대형병원에 붙어 있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의사·의대생이 가입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막말이 올라온 데 대해 “일부 의사 또는 의대생들의 잘못된
인식과 행동이 매우 안타깝고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국민일보 김유나 기자
의사와 의대생이 가입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환자가) 1000명씩 죽어 나갔으면 좋겠다’는 등의 막말을 담은 글이 올라온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이에 대한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응급실 비상근무에 투입된 군의관을 ‘부역자’로 지목하며 실명을 공개한 온라인 사이트에 이어 패륜적 발언까지 등장한 상황을 더는 두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의사 커뮤니티 ‘메디스태프’에는 11일 응급실 의료공백 사태로 환자가 더 많이 희생해야 한다는 글들이 올라왔다. ‘응급실 돌다 죽어도 감흥이 없다’거나 ‘죽는 걸 볼 때마다 기분이 좋다’는 글도 있었다. 한 작성자는 ‘의사에게 진료를 받지 못해서 생을 마감할 뻔한 경험이 여럿 쌓여야 생명을 다루는 의사에 대한 감사함과 존경심을 갖게 된다’는 글도 올렸다. 환자를 두고 ‘개돼지’ ‘조센징’으로 부르는 글도 게시됐다. 이 커뮤니티는 의사이거나 의대생임을 인증해야 가입할 수 있다.
앞서 ‘아카이브’(기록 보관) 형식의 인터넷 사이트는 복귀 전공의뿐 아니라 응급의료센터에 파견된 군의관의 실명과 개인정보 등을 비꼬는 말과 함께 공개했다. 경찰은 용의자 2명을 특정해 압수수색에 나섰으며, 스토킹처벌법 위반 방조 혐의로 3명을 입건했다. 지난 2월 의료계 집단행동 이후 현장 의료진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거나 비방한 글에 대해서는 총 42건에 대해 수사가 이뤄지고 있으며 경찰은 이 중 32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정부는 의료계의 자성을 촉구했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응급실 비상진료대응 브리핑에서 “일부 의사 또는 의대생들의 잘못된 인식과 행동이 매우 안타깝고 유감스럽다”며 “환자 곁을 지키고 있는 의료진의 노고가 존중받을 수 있도록 선배 그리고 동료 의사들이 부적절한 행동을 바로잡아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의사 집단행동 이후 응급실 사망률이 증가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전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립중앙의료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공의 사직 이후인 지난 2~7월 지역응급의료센터 중증환자 1000명당 사망자는 78.6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명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부는 발생한 사망자 수 자체는 비슷하지만 응급실을 찾는 경증환자가 줄면서 일어난 착시라고 봤다. 정 실장은 “올해 응급실 내원 환자 중 사망자 수는 거의 변동이 없는데도 사망률이 증가한 것처럼 보이는 것은 중등증과 경증 환자 응급실 이용이 감소해 분모에 해당하는 응급실 내원 환자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사망자 수는 전년 동기보다 1.1% 증가했는데, 이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이 아니라는 게 학계의 판단”이라고 설명했다.